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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프로젝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와 우려 사항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과연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미래 금융의 핵심 '스마트 컨트랙트'의 장점과 자본 유출 등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문제점, 그리고 단계적 해법을 알아봅니다.

최근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그 가치를 1:1로 고정(pegging)하여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을 말합니다. 특히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축 통화 역할을 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고 미래 디지털 금융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4가지 핵심 쟁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는 크게 네 가지 핵심적인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필요성: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 발행 주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중시하여 은행이 발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빅테크 같은 비은행 기관에도 허용해야 하는가?
  • 제도와 규제: 만약 도입한다면,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원칙 등 기존 금융 규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 통화정책 영향: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 능력, 즉 통화정책의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신중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래 디지털 경제 시대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의 성격이 강합니다.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화폐의 '프로그램 기능(Programmability)' 탑재 가능성 때문입니다. 앞으로 화폐가 디지털화되면,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화폐 자체에 내장할 수 있게 됩니다.

💡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 예시: 똑똑한 무역 결제

예를 들어, 수출입 거래에서 물건이 무사히 항구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되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수입 대금이 수출업자에게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똑똑한 돈'은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미래 금융의 핵심적인 기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누가 발행할 것인가'에 대한 신중론: 4가지 우려 사항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국은행은 발행 주체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비은행 기관에게 발행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며 '점진적인 접근'을 강조합니다.

1. 금융 안정성 문제

만약 자본금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에게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자금 세탁이나 해킹 등 각종 금융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큽니다. 따라서 고객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즉 은행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 기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충격

비은행 기관이 예금과 유사한 성격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의 핵심 업무인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네로우 뱅킹(Narrow Banking)'을 허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기존 은행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은행의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3. 통제 불가능한 자본 유출 우려

🚨 숨겨진 위험: 새로운 형태의 자본 유출

일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K-콘텐츠 등에 대한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그 반대의 경우를 더 우려합니다. 바로 내국인이 해외 거래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원화 예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과 같으며, 기존의 외환 관리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 유출 통로가 될 수 있어 통제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4.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되면 시중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등의 정책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비은행 기관은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만약 비은행 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쓰이는 상황에서 통화량을 조절해야 한다면, 효과적인 정책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로드맵: '한강 프로젝트'와 3단계 점진적 접근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체계적이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 구체적인 로드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단계 (은행 중심 발행): 먼저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관련 규제를 정비합니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한강 프로젝트'가 바로 이 단계의 실험입니다.
  2. 2단계 (퍼블릭 블록체인 실험): 은행 중심 모델이 안정화되면, 은행들이 외부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며 그 영향을 관찰합니다.
  3. 3단계 (비은행 허용 검토): 앞선 단계들을 통해 부작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비로소 비은행 기관으로의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한국은행의 입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만, 금융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은행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신중하게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우선에 두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우리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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